“기록적 폭염에도 중장기적 예보 부족해"
[공감신문] 37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 여름 폭염은 정확히 20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이례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예측과 대응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진단 및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폭염 포럼’에서 효과적인 폭염대책을 모색했다.
'폭염 진단 및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폭염 포럼' 전경 / 고진경 기자
좀처럼 식혀지지 않는 폭염에 전국 곳곳에서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무더운 달인 8월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폭염으로 인해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5명이이었다.
온열질환자 수는 2000명을 훌쩍 넘겼다. 농축수산업의 피해 역시 막대한 상황이다.
일부 다리는 기울고 금이 갔으며, 철로 이음매가 끊어지면서 KTX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화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안영인 SBS 기상전문기자와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왼쪽부터) / 고진경 기자
정부가 폭염을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닌 국가재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기상청의 뒤늦은 예보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가능성이 낮으며 장마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보가 모두 빗나가면서 폭염 피해로 인한 일부 화살이 기상청에게로 돌아갔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은 기상청이 수치예보를 기반으로 한 폭염특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폭염 자체에 대한 중기·장기 예보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온열질환자수를 줄이기 위해 현행 평균 5시간 이내인 폭염특보의 선행시간을 12시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영인 SBS 기상전문기자도 기록적인 폭염이 코앞에 다가온 뒤에야 폭염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안 기자는 폭염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 예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본 등에는 이미 폭염에 대한 중기 예보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일본의 경우 인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고온 및 열사병 주의를 알리고 있다.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토론자들 / 고진경 기자
이밖에도 폭염예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보 정확성 향상과 선진화된 경보 체계 구축 등이 제안됐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단기, 중기, 장기 예측의 이음새 없는 예측시스템을 개발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학에 대한 기초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선진국과 같은 대형 규모의 기상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기상정보 이외에도 인구밀도, 연령과 같은 폭염 취약성을 고려한 상세한 기상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 고진경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폭염 예측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의 폭염위기대응체계는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염이 시작된 후에야 폭염전망을 내놓았을 정도로 예측 시스템부터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위원은 “폭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종합대책이 전무하며 폭염이 재난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아 법적 지원근거도 미약하다”라고 꼬집었다.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태풍이나 홍수 등의 재해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폭염이 해마다 더 일찍 찾아오고,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폭염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만큼, 보다 정확하고 장기적인 예측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